봄이 오면 마음은 설레지만, 동시에 우리의 하늘은 점점 뿌옇게 변해갑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것이 망설여지고, 마스크는 다시 일상복이 됩니다. 그 중심에는 '대기오염'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죠. 특히 베이징과 서울은 황사와 초미세먼지(PM2.5) 영향이 크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같은 동북아시아권에 위치하고 있지만, 오염 양상과 정책 대응에는 차이가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도시의 대기질 차이와 원인, 그리고 정책적 대응을 비교해보며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1. 베이징과 서울, 대기오염의 정도는?
베이징과 서울은 모두 대기오염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베이징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3년 기준, 베이징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약 40~50μg/m³ 수준으로, WHO 권고 기준(5μg/m³)의 8~10배에 해당합니다. 반면 서울은 평균 20~25μg/m³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서울 역시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서울은 계절별, 시간대별로 급격한 대기질 악화가 발생하며,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잦습니다. 특히 겨울철과 봄철에는 편서풍을 타고 중국 북부 지역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베이징과 유사한 수준의 오염 농도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즉, 절대 수치는 베이징이 높지만, 서울은 ‘고농도 단기간 노출’이 문제라는 점에서 두 도시는 각각 다른 위협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 황사, 어디서 오고 어떻게 다를까요?
황사는 주로 몽골과 중국 내륙 지역(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등)에서 발생합니다. 강풍과 함께 대기 중으로 떠오른 모래와 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며 중국과 한반도, 일본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베이징은 황사의 '1차 피해 도시'입니다. 황사가 발생하면 곧바로 영향을 받으며,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가시거리가 수십 미터로 줄어드는 현상이 흔합니다. 반면 서울은 보통 하루~이틀 뒤에 영향을 받는데, 이때 황사 입자뿐 아니라 중국 대륙을 지나며 흡착된 오염물질도 함께 날아오게 됩니다. 즉, 서울의 황사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복합적인 대기오염물질의 조합으로, 건강 피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은 지형적으로 분지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기 정체 현상이 발생하면 오염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더 심각한 농도가 유지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3. 초미세먼지(PM2.5)의 주요 원인 비교
초미세먼지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미세 입자로,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심혈관계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PM2.5 문제가 심각하지만, 발생 원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베이징: 중국은 여전히 석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난방 시즌에는 석탄 보일러 가동이 증가하면서 오염물질이 급증합니다. 대규모 공장, 차량 배출가스, 건설현장 먼지, 불법 소각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서울: 서울은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시로,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주요 오염원입니다. 겨울철에는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해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오르며 미세먼지가 함께 상승합니다.
여기에 중국발 오염물질이 더해지면 대기질은 급격히 악화됩니다. 두 도시 모두 '국외 유입'뿐 아니라 '자국 내 배출원'에 대한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4. 대기오염 대응 정책, 어떤 차이가 있을까?
베이징은 지난 10년간 ‘푸른 하늘 지키기’ 운동을 통해 오염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장 이전, 석탄 사용 금지, 친환경차 보급 확대, 대중교통 개편 등이 있습니다. 특히 PM2.5 수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통계는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서울 역시 미세먼지 특별법 제정 이후 계절관리제를 도입해, 고농도 발생 기간 동안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대중교통 유도 등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 체감 효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정책 이행의 강도’입니다. 중국은 행정력이 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기간에 실행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정책이 시민 권리와 맞물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행 속도와 범위에 차이가 납니다.
5.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대기질 개선은 단순히 기술이나 설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베이징이 보여준 정책 실행력, 서울이 강조하는 시민 참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이 두 가지는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은 도시 전역의 대기 모니터링을 정밀하게 구축했고, 서울은 실시간 미세먼지 수치를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앱과 홈페이지를 연동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개선을 위해선 단기 대응이 아닌, 중장기 계획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은 중국발 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자체 배출 저감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베이징은 단속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의 생활 습관 개선, 환경교육 등 지속 가능한 방안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맑은 하늘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본권입니다. 도시 간 비교를 넘어서, 아시아 전체가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